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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한 세계 — 드래그 앤 드롭

2021년 10월 14일 – 2021년 10월 31일
13시 – 19시
사가

작가: 백다래, 안가영, 오제성
기획: 강유진
디자인: 정사록
주관: 사가
후원: 복스홀1

드래그 앤 드롭(Drag and Drop, 끌어서 놓기)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환경에서 파일을 이동시키기 위해 파일의 아이콘을 클릭한 채 이동시켜 원하는 곳에 놓는 동작을 말한다. 작가들은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시각적인 객체들을 클릭하여 다른 위치, 다른 가상 객체로 드래그한다. 오늘도 수많은 이동과 동작이 일어나고, 이 순간에도 두 추상적 대상 사이에 다양한 종류의 연결을 따라 우리는 새로운 공간 새로운 신체를 감각하게 된다. 여기 3명의 작가가 주변을 탐색하는 과정 역시 간단한 텍스트 메시지를 적고, 디바이스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쓸거나 하는 익숙하고 빠른 찰나의 동작들과 같다.
 
오제성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 시간, 기억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들에 주목해왔다. 작가는 최근 미지정문화재를 좇아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로 축척하는 무수한 변용과정을 알레고리 삼아, 파생되는 디지털 우화를 상상하도록 한다. 이런 유도 방식은 작가 과거 작업과의 유사성, 그리고 작가의 꾸준한 프랙티스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오제성은 신화, 전설, 미신, 민담, 설화를 수집하여 전통적 콘텐츠를 디지털로 접근시켜 시공간의 물리적 거리를 확연하게 좁힌다. 이번 영상 작업 ‹UNUSUAL DIVES›는 2017년에 발표한 ‹물리적 기억술›, 오제성 배기태가 함께한 ‹파편적 서술›과 연동하며 확장된다.
 
안가영 작가는 ‹21세기 사이버 신체 해방 선언›이란 작품으로 신체 해방을 꿈꾸던 90년대 페미니스트들을 가상공간에서 게임플레이 영상과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한다. 작업은 게임과 디지털 문화에서 대상화되어 있는 여성의 아바타 신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작가가 2019년에 작성한 선언문이 그 기반이다. 안가영은 기술도구를 총 동원하면서도 재료와 기술 사이에서 ‘새것’과 ‘낡은 것’을 선택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작가는 기술을 매개로 새로이 변성된 이 오래된 역사와 편견에 맞서 여성과 기술, 가상세계의 젠더와 신체성에 관한 테크노 페미니즘을 실천적 모습으로 제안한다.
 
백다래는 비가시성과 가시성 사이의 교환 흔적을 디지털 기술과 퍼포먼스를 통해 공유한다. 에너지는 물체(계)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통은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작가 작업에서 에너지는 광활한 디지털 공간에서 끊임없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비가시적 데이터들이다. 백다래는 에너지 수집가(The Energy Collector)라는 에너지를 수집하는 인물이 되어 비가시의 시각 에너지를 눈앞에 존재하는 이미지로 재생산하며 행위를 관찰한다. 작가는 엄청난 데이터를 생산하는 동시에 소멸의 시대를 경험하며 새로운 신체와 데이터 물질을 이미지로 가로지른다.
 
작가들은 웹상의 기록과 이미지를 좇아 공간을 자르기도 하고, 균열이 생긴 공간들을 이동해 재매개하거나, 오류가 증폭하는 순간을 기대하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엄이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오래된 만큼 작가들은 미디엄의 빈티지 기술, 노스탤지어를 부르는 오류 등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디지털 기술이 가지는 제약에 능동적으로 뛰어든다. 네모나고 반투명한 세계에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사이 작가들이 감춘 소실점은 일상과 작업, 보이는 장소와 보이지 않는 장소, 신체와 새로운 신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들이 모두 뒤섞이는 작은 틈새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