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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웨이브

2022년 2월 1일 – 2022년 2월 28일
10시 – 20시 (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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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유지오
기획: 사가
글: 김유빈
공간 디자인: 용민박 스튜디오
그래픽 디자인: 최재훈
주관·후원: INGA

조각난 소리와 조각이 된 소리를 지나 움켜쥐어보는 소리의 조각.
 
조각은 그것이 놓인 장소와 어떤 관계성을 지니고 기능할 수 있을까. 유지오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확장된다. 이번 로우 웨이브 에 선보이는 조각은 서로 다른 덩어리들이 저마다 바깥을 향해 뻗 어 나가는 외형을 지녔다. 중력을 가시화하며 아래로 흐르거나 사방으로 솟구치듯 확장하는 물체의 모양은 조각이 놓인 환경에서 파생되었다.
 
전시 장소의 파동과 조도, 습도 등의 현상과 성질을 조각과 설치로 조형화하는 유지오가 이번에 는 소리에 주목한다. 전시장에 퍼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전시장 내·외부의 인파 소리, 경적, 그 외 잡음이 엉켜 그것이 공간 안의 것인지, 바깥의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사실, 주의를 환기하는 이 소리는 좌대 위에 올린 물체 안에 함께 주물되어 있다. 조각의 소리는 그것이 놓인 장소의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지만, 전시가 열리는 순간 그 환경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환경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작업에서는 조각이 객체에서 주체로 전도되는 순간과 그 가역 반응을 주목하게 함으로써 소리가 중요한 위치를 선점한다.
 
다시 조각의 형태를 바라보자. 유지오의 이전 작업과는 달리 어떠한 동력 장치도 없이 굳은 모습 이지만, 소리로 인해 장소에 활동성을 더하는 점이 흥미롭다. 알고 보면 각 개체의 형태마저 소리를 품을 목적으로, 파동을 형상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전시는 공기에서 전파되는 소리뿐만 아니라, 조각이라는 고체 속에서 전파되는 소리를 함께 아우른다. 따라서 이 작품의 사운드는 조각 주변에서 공기 중에 전파되는 여타 노이즈와는 다른 속도를 지닌다. 서로 다른 속도감의 소리가 유지오가 구현한 매질을 통해 전시장 안에서 반사, 굴절되며 중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조각은 장소에 귀속되지도, 장소를 온전히 품지도 않은 채 작동하고 있다. 좌대에 고고히 올라 무심하게 소리를 내뿜고 있는 조각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주변의 것을 세심히 포용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안정적인 좌우대칭의 형태는 이 균형감에 무게를 실어준다.
 
〈๑ ั ั ั ั ั ั •ั ั ั ั ั ั ั ั ั ั _ ั ั ั ั ั ั •ั ั ั ั ั ั ั ั ๑〉 은 흘러내리고 뻗어 나가는 움직임을 연상하는 유기적인 형체를 갖췄지만 단단히 굳어있고, 소리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통해 끊임없이 비가시적으로 움직이며 반전을 거듭한다. 통유리 밖에서 보던 조각과 전시장에 발을 들여야 경험할 수 있는 조각이 전혀 다른 것처럼, 이 전시 자체는 문을 여는 순간 숨을 죽이고 있다가 번져나가는 형태로 실시간 변형되고 있으며, 기억하기 힘든 작품의 제목과도 같이 영원히 하나의 모습으로는 기록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