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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 서울, 을지로
 
2022년 5월 5일 – 2022년 5월 29일
00시 – 24시 (휴관 없음)
사가

작가: 성의석
기획: 박성환
사운드: 최영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에어
그래픽 디자인: 이우재
프린트: 출력사랑, 스튜디오 얄라
주관·주최: 사가

서울에서 ‘힙’이란 단어는 실체를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그 의미를 조금씩 변화시켜왔다. 이는 지금 서울의 특정문화와 장소들을 대변하기도 하며 빠르게 소비되고 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태원, 홍대, 을지로, 성수 네 지역으로 대표되기도 하는 서울의 힙-플레이스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구조 속에서 순환한다.
 
‘힙’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성의석의 ‹다운타운 서울›은 일종의 다큐멘테이션 프로젝트이다. ‘힙’이라는 문화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흥미를 느껴 그들을 만나 도큐멘트 하는 것으로 ‘힙’의 실체와 로컬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 작업이 그 모태가 되었고, 현재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의 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홍대, 이태원, 을지로, 성수의 장소/공간을 중심으로 로컬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기록행위로서의 다운타운 서울
지금까지의 그리고 앞으로의 ‹다운타운 서울›은 몇 개의 사진을 모아 진열시키는 갤러리 방식도 아니며 하나의 사진을 제시하고 그것을 해설해 나가는 것과 같은 것도 아니다. 이것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프로세스로서의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덕트로서의 작업이다. 장기간에 걸쳐서 연구 대상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해나간다고 하는 태도가 취해진다. 성과물이라면 매체로 출력된 표상물을 의미한다. 성의석은 첫 개인전 «임시주차»에서와 같이 자신의 거주지, 일터, 여가, 작업실 등의 생활권을 중심으로 필드워크에 의한 복수의 이미지를 집합시켜 논리적으로 배열하며 그 프로세스와 관련시키는 시도를 보인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성의석은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에스노그래퍼로서*의 태도를 취하는 작가/사진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며 ‹다운타운 서울› 프로젝트의 본체는 작가 스스로가 하나의 문화를 기준으로 묶일 수 있는 집단에 참여하여 관찰하고 그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정된 일시에 어느 특정 장소에서 행해진 행위가 작품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을 공유 가능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다. 그 기록은 글이든 사진이든 상관없지만 어쨌든 그것들은 단순한 ‘기록(document)’이 아니라 작품에 ‘삶’을 부여하기 위한 ‘기록행위(documetation)’에 가까워야 한다. 작가는 이렇게 과정이 (준)작품화 되는 방식이 최종적인 아웃풋이 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넘기 위해 변화하며 형식적 실험을 지속한다.
 
‹다운타운 서울 — 이태원›(2020)은 작가가 촬영한 사진, 채집한 소리를 각각 VJ, DJ에게 전달하고 공연의 형식으로 선보였다. 작가의 작업은 현장에서 소재화되어 실시간으로 포스트프로덕션되고 이는 영상/사운드로 관객에게 감각적으로 전달되었다. 공연자는 문화권 안에서의 자신의 경험과 자아를 노출시킴으로써 사회구조적 맥락을 연결시켰다. ‹다운타운 서울 — 홍대›(2021)에서는 촬영한 이미지와 사진, 채집한 소리가 샘플링되어 2차 저작물과 같은 형태의 영상/사운드로 전시장에 전시되었다. 영상제작을 스스로
하며 작업주체로 회귀한 이번 작업에서는 장소와 공간에 대한 작가의 주제의식이 강하게 표현되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세번째 시리즈인 ‹다운타운 서울 — 을지로›(2022)는 앞선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촬영한 이미지와 사진, 채집한 소리가 소스로 사용되지만 처음으로 프린트 된 이미지로 공간을 점유하며 버내큘러**의 접근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다운타운 서울 — 을지로
“을지로는 오랜 시간 산업시설의 중심이었기에 노후했고 낮과 밤의 대비가 극명하다.
좁은 계단, 창고로 쓰이던 고층의 공간들의 철문 등 이것이 그대로 힙-플레이스들의
특징이 되었다. 간판이 눈에 띄지 않고 이미 공업사와 자재상이 즐비한 1층을 비켜나
있다. 그래서 계단이 대문 같은 역할을 한다. 대부분 2–3층, 많이 올라가면 4–5층에
위치하는 이곳에 당연히 엘리베이터는 없다. 4–5층까지의 등반을 강행해야 한다.
그곳에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천국이다.”***
 
전시 «다운타운 서울, 을지로»에서 성의석은 이러한 세계를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어떠한 감각의 대체물의 형태로 을지로를 제시한다. 앞선 이태원, 홍대와 마찬가지로 특정집단 안에서 공유된 상징과 의미를 해석한 시선(촬영)으로 사진작가로서의 면모를 구축하면서도 동시에, 채집한 이미지와 음성을 샘플링 한 포스트프로덕션은 ‘재미디어화’된 주제의식을 제시한다.
 
힙-플레이스에 도달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시련과도 같은 ‹계단›을 통해, 성의석은 관객을 움직이지 않는 신체의 움직이는 눈으로 감상하던 정지 이미지에서 해방시켜 대상의 물성에 맞는 신체성을 부여한다. 관람자는 눈 앞에 펼쳐진 이미지(뒤섞여 있는 을지로의 계단) 위에 서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인식하는 순간 도시를 유랑하는 몸과 시선을 지닌 등반자로 변모한다.
 
등반을 거쳐 도착하는 ‹스팟›은 을지로의 1세대 힙-플레이스부터 요즈음의 공간까지, 각 공간들의 대표적인 인테리어소품을 촬영하고 이를 조합한 작업이다. 종교적 이미지와 후광(백라이트)이 조합된 작업에서 작가의 시선은 언뜻 별로 중요하지 않을 사실과 대상을 바탕으로 다시 훑어보고 있다. 이러한 재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 전시에서 성의석은 매체의 몇 가지 특정원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거리(distance)’와 ‘절단(coupure)’, ‘단조(plati-tude)’가 그것이다. 지시 대상과 근접하면서도 지시 대상과 공간적 혹은 시간적인 거리가 있기에 관람자는 대상에서 멀어지며 그렇기에 관객은 여러 이미지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 또한 시간, 공간 모두 연속된 현실을 오려낸 사진은 촬영자의 위치나 존재와 함께 시야 밖의 보이지 않는 것과 연관된다. 마지막으로 3차원인 것을 2차원 평면으로 대체하면서 오는 특질을 과장된 표현방식으로 도출해낸다.
 
이것은 일상세계에서 다른 경계선으로 상상력을 넓히기 위해 현실과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보다 실제의 세계에서 깨닫지 못한 것, 의식 밖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의 본질을 잘 알지 못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거울이야기처럼, 비틀즈의 ‹Tomorrow never knows›처럼 익숙한 것들의 낯선 맥락, 편집된 이미지와 믹스된 소리를 공간에 낳음으로써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시에 낯설게 하기를 반복한다. 이로 하여금 ‘힙’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상상적인 기표의 형태로 존재하게 한다. ‘힙’이란 서울 도처를 떠돌며, 포착되는 순간 사라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모던이 모던을 과거의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힙’이란 모두에게 힙한 순간힙하지 않게 되는 모순 속에 자리한다. 그렇기에 이미지로만 유통되는 흐름 속에 사회적 현상을 고유한 관계성 속에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이론화를 전개해 ‘구체적인 묘사와 추상적인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작업을 전개해 나간다. ‹다운타운 서울›을 통해 성의석은 빠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을 가장 먼저 투사하고 있는 힙-플레이스를정의 내리기보다 ‘지금 여기’의 문화를 포착하고 있다.
 

* 문화기술지, 민속지학, 민족지학
** 버내큘러(Vernacular)는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결과물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쓰이는 단어이지만 본 문맥에서는
집단과 지역의 산물로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고
유성, 지역성이 짙은 문화를 포착하는 성의석의
감각을 부감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 성의석 작가와 기획자의 대화내용을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