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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까악 - 훠어이 - 쨍!
 
2022년 2월 10일 – 2022년 2월 27일
13시 – 19시
사가

작가: 장효주
기획: 강유진
디자인: 정사록
주관: 사가
후원: 서울문화재단, Neustart Kultur

쪼글쪼글한 까마귀들은 발코니에 누워있는 담즙입니다.
검은색 가죽 장갑은, 1인치 아래,
어둡고 캄캄한 우편함 편지꽂이의 알
해와 달의 날씨가 바뀌는 곳
까마귀를 부화시키기 위해 오래된 책이 벌어지듯이
공허에 펼쳐진
가벼움 위에
하지만 비행
 
이미지가 덩어리의 물질로 옮겨질 때, 물질(Material)은 실제계의 아래로 끌어당기는 힘(중력-너무 학문적인 개념이 아니라 원초적 힘과 물질의 관계)과 어떤 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
커다란 덩어리를 잘라보자면, 그 덩어리의 단면은 비어있나 차있나의 의문이 생겨난다. 때때로 그 단면은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너와 지하실 부엌에서 접시를 덜그럭거리며,
거리의 가장자리를 따라 뒹구는 낙엽
은빛 안개 속 검정 파도가 나에게 던진다.
반으로 접힌 바닥에서 덧칠해진 껍데기,
쨍한 스타킹을 신은 검은 고양이
 
가상의 현실이 마치 어젯밤 내가 꾼 꿈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요즘. 아침에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떼보면 우리 몸과 주변 사물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던가요? 휴대폰으로 먼저 시간을 확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크고 작은 스크린을 통해 이미지를 경험하는 세대에게 조각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신체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나요? 각종 디지털 미디 엄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질감은 동일하던가요?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도 사물과 풍경의 본질과 그 무게를 파악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들은 조각가 장효주의 작업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역할을 합니다. 이 모든 질문은 제한된 디지털 디스플레이 옵션으로 인해 2차원의 평면, 또는 이미지 사본으로만 실제를 경험할 때 발생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오늘날의 시각 경험을 통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실험적인 조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조각적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조각가라면 선택하지 않는 관심과 다양한 재료를 섞어 물렁하지만 단단하고 납작하지만 동시에 입체적인 세계(관)를 만들어냅니다. 작가의 손길, 여러 번의 세심한 붓질이 필요한 세라믹, 에폭시, 우레탄폼, 라텍스나 공장의 기계에서 빠져나온 PVC, 인조 모피, 스테인리스 스틸 및 알루미늄, 스타킹, 직물, 땅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 주변에 안 되는 것 빼고 모든 것이 작가에게는 조각 매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장효주 조각의 구성 기법은 오브제의 원래 속성을 없애지만 의미 방식을 염두에 두고 유기적인 이미지-대상을 탄생시킵니다. 작가는 기성품의 원리를 더 잘 활용하여 납작한 세계와 조각을 통합합니다. 개별 오브제에서는 형태가 주된 초점은 아니며 ‘내부’와 ‘외부’, ‘납작함’과 ‘입체감’과 같이 다른 것들이 겹쳐지는 지점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것은 조각 내에서 자연히 발 견되기도 하지만 작가가 설정한 몇 가지 조각적 장치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또는 이미지의 납작함과 입체감의 판이 뒤집어 지기도 합니다. 특히 작가가 설정한 조각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의 조합이 만드는 감각이 일상과 실제에서 가상의 이미지를 대면했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사 감각을 역추적하고, 재료적 놀이(Material Play)를 통해 조각의 새로운 지표성을 함께 성찰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