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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 2021년 12월 28일
10시 – 20시 (휴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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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상돈
기획: 사가
글: 조현대
공간 디자인: 용민박 스튜디오
그래픽 디자인: 최재훈
주관·후원: INGA

카트 위에 샤먼

김상돈은 사진, 비디오,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 활동 기간도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겼다. 종횡으로 축적된 김상돈의 세계관을 압축하는 키워드는 ‘우리의 샤머니즘적 일상.’ 그는 낯익고 사소한 일상 오브제, 지극히 평범하기에 외면받았던 주변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과 그곳에서 발견한 조형적, 정신적 특성을 재구성해 동시대 한국 사회를 통찰한다. 그가 파악한 ‘비루하기 짝이 없는’ 한국 사회의 기저에는 토속 신앙에 기반한 샤머니즘의 세계관, 그로부터 피어오른 모종의 ‘기운’이 감지된다. 사진작품 ‹불광동 토템 #1›(2010)은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 조악한 가짜 식물 등을 조합해 현대판 토템을 만들어냈다. ‹솔베이지의 노래›(2011)는 북한산을 등반하는 등산객과 철물점 주인의 평범한 삶을 바라보며 개인의 미시사로 거대 서사의 빈틈을 메우고자 시도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김상돈은 마트에서 물건을 골라 담는 ‘카트’를 주요 재료와 제목으로 삼은 신작 ‹카트›(2021)를 선보였다. 그는 카트에 잡다한 상품이 아닌, 직접 그린 부적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부적은 황색 종이가 아닌 고급 인조 섬유 ‘알칸타라’에 그려져,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의 우울증적 병리를 치유하려 했다. 또 다른 출품작 ‹행렬› (2021) 또한 상여 가마를 형상화한 목조 조각을 태운 카트가 중심이다. 진도의 전통 장례 문화 ‘다시래기’를 모티프 삼은 작품으로, 작가가 직접 깎아 만든 탈바가지가 상여 행렬을 이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자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죽음의 세계로 향한다는 사후관을 공유한다. 그래서일까, ‹카트›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가는 길을 끝마친 망자의 영혼을, 저승에 데려다주기 전 잠시 닻을 내린 만선처럼 보였다. 김상돈은 원래 ‹카트›와 ‹행렬›이 비엔날레의 오프닝 퍼레이드용으로 구상한 것으로, ‘도킹(docking)’이라는 행위와 개념을 중심에 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출품작 ‹바다도 없이›(2018)에서도 카트를 주재료로 삼았다. 작품은 전시 도입부에 설치되어 전시의 안팎을, 예술과 사회의 내외부를 연결하고 그 사이를 관객이 오갈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작동했다. 몸소 작두에 올라탄 무당은 이승과 저승의 존재를 조우시켜, 한을 풀고 소원을 올리는 영적 소통의 메신저다. 그렇다면 김상돈은 소비 욕망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사회와 그 이면의 무속적 의식을 연결해, 앞으로의 인류와 문명이 새로운 가치를 매겨야 할 ‘그것과 그곳’으로 안내하는 21세기형 샤먼이 아닐까.